또하나의 재즈 에세이또하나의 재즈 에세이 - 6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와다 마카코 그림, 김난주 옮김/까치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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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하루키라면 남들 다 학생운동하러 뛰쳐나갔을 때라도, 잔디 깎으며 재즈 듣고 스파게티 말아먹을 듯한 사람"이라고. 사실 엄밀히 말하면 하루키는 전공투 세대보다 약간 아랫 세대로 그 이후의 허무한 사회 분위기에 대학 생활을 했던 축이다. 재즈는 1970년대즈음 부터 일본에서 붐이 일기 시작했다고 하고. 그러니까 하루키는 어디선가 뚝 떨어져 성큼성큼 걸어나온 작가는 아닌 셈이다. 잔디 깎으며 재즈 듣고 스파게티 말아먹는 세대에서 걸어나온 작가인 것만은 맞는 듯하지만.

<또 하나의 재즈 에세이>는 <재즈 에세이>의 속편으로, 와다 마코토가 먼저 아티스트를 선정해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하루키가 글을 쓴 공동 창작물이다. 재즈 하면 떠오르는 왠지 격식 차린 분위기가 있지만,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는 맘 편히 펼쳐 들고 설렁설렁 읽어도 좋을 책이다. 감각적으로 재즈를 풀어쓰고 있는데, 온 몸으로 음악 속에 들어갔다 나온 표현들이 있어서 신뢰가 간다. "부드럽게 걷어찬다"(보비 티몬스)거나 "부드러운 둔기처럼 사람을 때리는 것이 있다"(소니 롤린스), "손님의 안색을 살피며 임기응변적으로 안주를 안배한다"(셸리 맨)는 식이다. 참고로 셸리 맨은 "모두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후려치기도 한"단다.

우리는 재즈를 편히 듣지만, 만드는 쪽에서는 오랜 세월 고달펐다. 살아 성공한 음악가들도 있지만 엉망의 질곡으로 자신을 몰아갔던 사람들도 많았다. 빌리 홀리데이의 strange fruit는 흑인 여성의 덫 투성이 삶에 매달린 한 순간의 과실과도 같았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말랑말랑 감상적이지만, 적어도 예술이라는 문화상품이 나오기 위해 예술가들이 들어갔다 나오는 감정의 결을 마구 건너뛰지는 않는다. 그는 성실히 그 속으로 들어갔다가 자신의 언어로 나온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진화가 거의 없고. 터무니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있"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차린 셈이다.

비밥보다 하드밥의 박동에 매료되는 독자라면 하루키의 예술관에 공감할 것이다. "우리는 어쩐 셈인지 좋고 말고에 상관없이 모든 사고력을 뛰어넘어, 무질서하고 파괴적인 나약함을 가진 예술에 종종 매료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마치며 가장 들어보고 싶어지는 건 에디 콘던이다. "본인이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도록 배경에 녹아 있기를 고집한 듯, 아무리 열심히 귀를 맑게 해도 연주의 특징이 잡히지 않는다." 에디 콘던의 음악적 겸손함은, 함께 하는 이들의 예술에 성실한 경의를 표하는, 또다른 예술혼이 아닐지. 이 책 역시 오래전 뮤지션들과 하루키, 와다 마코토의 성실한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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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31 06:10 2008/03/3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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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3월호 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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