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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은 중부 내륙권 최대의 약초 집산지다. 일교차가 큰 준고냉지와 석회암의 사질토양으로 약초가 우수하다. 매년 10월에는 약초와 건강을 테마로 해서 제천한방건강축제가 열린다. 2010년에는 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를 예정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 코레일에서는 제천시와 함께 재래시장 러브투어를 추진하고 있다. 역전시장 5일장 투어와 주말장 투어로 2천여 명이 제천을 다녀갔다.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로 2시간 반 거리다. 추석을 보름 여 앞둔 8월 28~29일, ‘약초 봇짐장수’로 유명했던 제천 상인들이 모인 재래시장을 미리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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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5일장. 약초 봇짐장수 혼 이어받은 제천 상인들

사람살이 모여든 시장은 자신이 가진 물건을 내다팔고 없는 물건을 사오는 교환의 장이다. 물물교환 시대 지역 장의 주연이었던 농민들은 난장판의 씨름, 줄다리기, 윷놀이, 남사당패놀이 등을 즐기며 일상의 해방감을 만끽했다.

충청북도 제천에는 현재 6개의 상설시장이 남아있다.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은 제천역에 바로 면한 제천중앙시장이다. 5천여 평 규모로 145개 점포에 달한다.

상설시장인 역전 재래시장 안에는 30년째 쌀 장사를 해온 쌀 상회가 있다. 통로에서 인절미 장수가 떡메로 떡을 친다. 메밀가루를 파는 상인이 많다. 가루 한 줌을 쥐어 먹으면 옥수수 쪼갠 듯 구수하다. 물 2리터에 타서 메밀차를 마시기도 한다. 메밀을 맷돌에 갈아 배추와 부추를 넣고 부친 메밀 부침개가 쌓여있다. 황기, 당귀 등 제천산 약초들이 보인다.

장을 보다 군것질로 달지 않고 쫀득한 수수부꾸미를 떼어먹는다. 지붕 있는 터널 시장을 빠져나오면 입구 쪽 난전에는 뜨거운 태양을 받는 빨간 고추들이 눈에 띈다. 기계식 건조를 하지 않고 순전히 태양볕으로만 말린 '태양초 고추'다. 꽁지가 십자로 구부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역 우측으로도 난전과 점포가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역전 장이 주로 지역상인들이라면, 우측에는 5일장을 따라 도는 각지의 상인들이 밀집해 있다. 김을 구워 파는 김장수, 종다래키와 두루막 등 짚으로 엮은 수공예품을 파는 상인이 있다.

"영광굴비 1만 원, 안동 간고등어 한 손에 4천 원, 세 손에 1만 원에 드립니다. 진짜 영광굴비는 영광 특유의 매듭으로 묶여 있습니다."

이렇게 효능과 특성까지 넣어 확성기로 홍보를 하는 어물전도 눈에 띈다. 오징어가 헤엄쳐 오르는 큰 대야의 어물전과 '흑진주'라 이름 붙인 멥쌀, 찹쌀을 파는 곡물상인 사이로 빽빽하게 장이 서 있다. 떡가자미 장수가 "아 요놈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알고 가야할 거 아녀"하며 말을 붙인다. 건어물전 장수가 온 군산 앞바다는 8월 말, 9월 초가 떡가자미 철이라고 한다.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에 각 지역의 상인들은 5일장을 따라 돌았다. 조선 시대 제천에는 약초봇짐장수가 유명했는데, 이는 현재 고추, 약초 상인들로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에 닿는 철길이 사방으로 뻗고난 뒤 제천 5일장은 2,7일에서 1,6일 등으로 변화를 거쳤다. 현재는 3일, 8일로 끝나는 날 장이 서는 '3,8장'이 선다.  

⊙ 뭘 사갈까 : 한약재를 사가고 싶다면 제천약초시장을 따로 방문하는 것도 좋다. 아케이드 형태의 규모가 큰 상가 건물에 한약재 판매상이 늘어서 있다. 제천의 약초 중 주품목인 황기는 우리나라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황기, 당귀 이외에도 뽕잎, 오가피 등 국산 약재를 살 수도 있고, 달인 약을 살 수도 있다. 산삼 경매장이 제천에 위치하는 만큼 산삼, 인삼도 팔고있다. 약초 주머니, 약초 떡, 약초 차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약초체험장에서는 약초가미상품을 판매한다.  ※제천약초시장번영회 043)647-7838 / 하천산야초마을(약초, 천연염색 체험) 043)651-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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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사람살이 떠나 더움 숨결 식히는 청풍호

가을에 접어든 9월이지만 한낮은 뜨겁다. 사람살이 모여들어 왁자지껄한 교환의 장을 빠져나오면 어느새 더운 숨이 찬다. 청풍명월의 고장 제천에는 굽이진 길을 따라 남한강 상류로 올라간다. 청풍호 아래에는 5개면 61개 마을과 충주시 일부가 잠들어 있다. 1978년 충주 다목적 댐을 건설한 까닭이다. 수몰을 피해 건설한 문화재단지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 남빛 청풍호에 눈이 시릴 무렵, 청풍문화재단지에 도착한다. 선사시대 고인돌과 신라말 고려초의 청풍석조여래입상, 고려말 청풍향교 등 시대를 거슬러올라가는 보물과 지방유형문화재, 비지정문화재 53점을 모아 놓았다.

박도수 가옥과 정원태 가옥은 19세기 건축양식과 생활유물을 보존한 민속촌으로 기능한다. 고려 충숙왕 때 세워진 한벽루에는 우암 송시열의 현판이 남아 있다. 연회 장소로 쓰였다는 한벽루에 오르면 청풍호가 눈 아래 차게 들어온다.

문화재단지를 나와 청풍호를 끼고 다시 길을 떠난다. 굽이 도는 길 어느 곳이나 푸른 호수를 면해 있다. 번지점프장, 수경분수,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리는 수상아트홀이 연이어 시야에 들어온다. 넓은 물가를 사이에 두고 저 편 육지가 까마득하다.

하얀 유람선에 올라 푸른 호수를 가르며 바람을 쐬다 보면, 더운 마음이 찬찬히 식는다. 유람선 주위의 포말이 꼬리를 드리우고 금수산의 깎아지른 벼랑을 지난다. 옥순대교와 옥순봉, 구담봉을 차례로 지나치며 말도 잊은 채 물가에 나온 강아지처럼 작아져서 오고가는 잔물결을 가만히 본다.

유람선을 내려 옥순대교 방향 능강리에 오르면, 청풍호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예술인 윤영호 조각가를 만난다. 천장의 둥글게 뚫은 구멍 위로 깊이를 모르게 스민 파란 하늘을 본다. 솟대 여럿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 한반도 지형의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솟대문화공간이다.

땅에 뿌리를 두었지만 호수를 그리는 새 떼. 사람살이는 어지럽다. 말이 많고 들쑥날쑥하다. 제 풀에 들뜨다가 다치기도 한다. 인세를 잊고 호수로 뛰어들고픈 마음, 하늘로 날아가고픈 마음은 높낮이 다른 솟대마다 솟아있다. 망망히 흐르는 푸른 호수는 답이 없고, 여행객은 그저 맘을 씻고 갈 뿐이다.

⊙ 뭘 먹을까 : 약채락 강된장 비빔쌈밥. 황기, 당귀, 오가피 추출액을 첨가한 고추장을 넣은 전통비빔밥이 놋그릇에 담겨 나온다. 제천 안에 5곳이 있다. 황기 지짐이와 뽕잎 나물 등 밑반찬이 향긋하다. 제천식으로 버섯을 넣어 만든 강된장에 한우 볶음을 쌈 싸먹는다. 북한에도 과수원 2개를 조성해 농사짓는 제천 농민이 채소를 공급한다. 대학의 한의학과와 제휴해 몸에 좋은 약재를 엄선해 재료를 쓴다. 후식으로는 오미자차가 나온다. 8,000원. 청전동 태정점 043)645-6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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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론성지와 박달재. 황기 당귀 약밥처럼 쌉싸레한 열정

제천시 북쪽에 위치한 의림지. 신라 시대 홍수를 막고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해 건설한 저수지다. 몇 백 년을 묵었다는 소나무들이 에이 구부러져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다. 물과 친하지 않은 소나무건만, 선조들의 지혜는 천 년을 내다봤다.

우리나라 최고(最古) 수리시설인 의림지는 신라 진흥왕(540~570) 때 악성 우륵이 개울물을 막아 둑을 만든 데에서 비롯했다고 추측된다. 그로부터 700년 후 현감 박의림이 4개 군민을 동원해 3층 높이의 돌을 쌓았다. 송림 조성을 위해 자갈과 낙엽 등을 층층이 쌓는 특수 공법을 사용했다. 노역에 동원된 인부들이 신에서 흙을 털어내 산을 이뤘다는 ‘신떨이봉’이 생길 만큼 대사업이었다.

그로부터 1천 년이 지나, 2008년. 해 다 저문 의림지 모퉁이에 공어횟집이 있다. 색색의 조명 등을 켠 의림지를 둘러 영호정과 경호루, 30미터 높이의 폭포가 있다. 젊은 연인들이 저수지를 바라보며 드문드문 앉아있고, 산책 도중 어깨라도 툭 쳐서 아이스크림 사먹으라고 구멍가게도 나타난다.
 
의림지 근처 숙소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들리는 곳은 봉양읍 구학리의 배론 성지다. 첩첩산중에 배 밑바닥처럼 생겨서 주론(舟論), 혹은 배론이라고 부른다. 깊숙한 곳에 위치해 은신하기에 알맞았다. 우리나라 유일한 천주교 성지로 최초의 신학교인 성요셉신학교의 흔적이 남아있다. 정치 박해와 당파 싸움에 얽힌 서양 문물, 천주학은 당시 '대역죄인'으로 젊은 선비들의 목숨을 수없이 앗아갔다.

어린 나이로 과거급제 해 임금의 총애를 받기도 했던 홍사영이 1801년 신유박해를 몰래 기록한 토굴도 남아 있다. 모진 고문을 이기지 못한 동료의 발설로, 그는 결국 잡혀 죽음을 당했다. 홍사영의 어린 아기는 어머니와 떨어져 섬에 유폐되는데, 결국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만나지 못하고 바다 건너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화원처럼 예쁜 성지에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한 역사가 비통하게, 소름 돋는 기운으로 감돈다. 수녀들이 파는 과자를 한 봉지씩 사서 두 팔을 벌린 십자 모양 성모마리아상과 그 너머 한옥을 본다. 돌다리를 건너 넓게 펼쳐진 정원에는 천주교인들이 묻힌 납골당이 있다.

배론 성지를 나와 차를 타고 원박리로 향하면 '울고 넘는 박달재'를 방문할 수 있다. 이곳에는 박달이와 금봉이의 사랑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과거 시험을 보러 간 박달이를 기다리다 못해 죽은 금봉이와, 금봉이의 환영을 찾아 벼랑을 헤매다 떨어져 죽고 만 박달이. 성각 스님이 조각 공원을 만들어 이들의 사랑을 기린다.

수려한 자연이 저대로 흘러가는 제천에는 오래된 전설이며 유적지가 참 많기도 하다. 가난한 젊음을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열정. 두 가지를 꼽으라면 사상이나 종교 그리고 사랑일 터이다. 어찌하여 그러셨느냐 물으면 그저 웃을 뿐. 산과 물을 둘러싼 쌉싸레한 인생사가 명치를 울렁인다.

⊙ 뭘 먹을까 : 대보명가 약초밥 정식. 성별을 구분해 맞춤 약재를 넣어 지은 약밥이다. 남성 용으로는 기를 살려주는 인삼을, 여성 용으로는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당귀를 넣어 짓는다. 당귀의 경우 달이면 색이 진하기 때문에 밥이 좀더 붉게 나온다. 한방요리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음식점으로 찬이 남다르다. 얇게 저민 사과조림이나 마 튀김, 김장아찌, 참치구이와 명란젓이 정갈하다. 상추 등에 묽은 고추장, 콩가루, 미숫가루를 섞어 만든 드레싱을 뿌려 한국식 샐러드를 고안해 내기도 한다. 솥에 붙은 약밥은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긁어 먹는다.  10,000원. 충북 제천시 신월동 043)643-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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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8 19:17 2008/09/0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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