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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넘어, 경계를 넘어 여행한 여성들이 있었다. 2000년을 거슬러 올라가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는 바다를 건너 이 땅의 가야에 왔다. 허황후라 알려진 수로왕비로, 진해 망산도에 설화가 남아있다. 먼 옛날 먼 나라로부터의 여행(女行), 우리 고대역사를 짜온 여성들의 이야기다. 산 넘고 물 건너 먼 곳으로 떠난 여성들의 행적은 이처럼 현재의 우리를 만들어왔다. 한편 한국 근현대사 100년과 맞물린 여행(女行)은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서울 여성사전시관 기획전 <여성과 이주-100년간의 낯선 여행(女行)>은 사진신부, 파독 간호사, 위안부 등에 이르기까지 묵직하고 쉽지 않은 발길을 좇아간다. 현재에도 여성들의 경계 넘기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 여성운동의 대모로 존경받는 이효재 선생님은, 서울 생활을 훌훌 털고 경남 진해로 향했다. <진해 기적의 도서관> 건립으로 이어진 발길은, 어린이를 위한 지식 나눔으로 보다 풍성한 여행(女行)의 한 획을 그었다. 여성이 행복한 미래를 향해 서울에서 진해까지, 기차 타고 女行길에 오른다.

여행 1. 다문화는 어머니 문화 이해. 서울 여성사 전시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 잘 들리지 않는다고? 쉬이 잊지만, 女行은 사실 도처에 있다. 추천 女行길 하나. 서울의 여성사 전시관. 웅녀부터 소서노, 김만덕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행적을 모아왔다. 서울 대방역 3번출구 서울여성플라자 2층에 위치한다.
 
 12월 17일까지는 여성의 이주를 주제로 한 특별전이 열렸다. 역사 속의 女行은 행복하지만은 않아, 외세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도 있었다. 이주는 다양했다. 화가, 가수의 부푼 꿈을 안고 비행기를 탔던 파독 간호사들, 미군아내들. 

 세월은 흘러 이제는 몽고, 스리랑카, 베트남 등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오기도 한다. 한국의 이주여성들이 참여한 전시작들과 몽골동화 앞에서 학예실장은 '진정한 다문화는 아버지의 문화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문화도 함께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별전에는 젊은 작가들도 참여해 국내외 여성의 이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아냈다. 뒤틀린 분홍 뿌리들은 이주의 부박함을 담아낸다. 

 근현대사 여성사를 전시하는 상설전시관에는 여성 교육사와 여성 운동사, 새로운 직업의 길을 개척한 직업인들을 만날 수 있다. 박가분이나 바늘쌈, 벨벳치마저고리, 재봉틀 등 우리 경제와 문화에 중요 역할을 해왔던 유물이 있다. 1802년 시집간 딸에게 재산을 똑같이 분배했던 기록인 분재기에서는, 재산관리인이었던 어머니의 주먹이 수결로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입장료 무료. 전화문의 02)824-3085

 여성사전시관을 나와 좀더 먼 여행길을 떠날 차례다.  배가 고플까 걱정된다면, 여성플라자 앞의 만두 전문 음식점에서 5천 원짜리 포장만두를 사가도 좋겠다. 바지락이 끝없이 나오는 칼국수도 푸짐한 편. 다음 목적지는 경상남도 진해.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밀양에서 새마을호로 환승한다. 도합해 걸리는 시간은 약 세 시간이다. 진해행 열차가 많지 않으니 기차 시간표를 미리 챙겨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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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 망산도 유주암에서, 2000년 전 허황후를 생각하다
 
추천여행지 둘, 진해 망산도. 남해를 면한 바닷가에 작은 돌섬이 남아있다. 진해역에서 한 시간여, 시내 버스가 마지막으로 다다르는 땅 끝 바닷가. 정류장에 내리면 짠 내음이 밀려온다. '유주암' 현판을 건 정자가 서 있다. 개발이 시작되어 시야에 아파트도 들어온다. 조각배 두어 척이 매여 흔들린다.  남성의 역사 속에 잊혀진 여성사는 드문드문 씨줄날줄로 섞여 전한다.

2000년 전의 이주여성사 한 토막. 우리나라 김해 허씨의 시조는 누구일까? 다름 아닌 가락국 허황후다. 가락국기에 따르면 건무 24년 무신년 7월 27일 인도 아유타국에서 바닷길을 건너왔다는 허황옥공주는 붉은 돛을 달고 진해에 도착, 가락국의 김수로 왕과 결혼했다고 전한다. 용원의 부인당을 공주가 도래한 곳으로, 말무섬을 유천간이 기다린 망산도로, 쪽박섬에서 공주가 타고온 돌배가 뒤집힌 것으로 보아 이를 기념하는 유주각을 세웠다고 한다. 어머니 성씨를 자식 둘에게 물려주었다.
 
섬이 많은 진해, 망산도는 섬이라기엔 땅에 바짝 붙은 돌무덤에 엇비슷하다. 찰박찰박한 얕은 갯벌과 사이사이 들어박힌 조개껍질을 밟아 건넌다. 망산도의 바위들은 거북이 등껍질처럼 심상찮게 갈라져 있다. 갈매기들이 줄지어 앉아있는 바닷가, 거뭇한 무광의 돌들이 설화의 소재지가 될 만하다. 허황옥공주의 도착을 기념한 유주비각은 유주암 맞은편 용원교회 뒤에 위치한다. 105번 버스 용원종점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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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 이효재 선생님과 진해의 어머니들, 도서관 일군 작은 기적

추천 여행지 셋. 진해 석동에는 특별한 기적을 일궈가는 사람들이 있다. 제주, 제천에 이은 한국 3번째 '기적의 도서관'이다. 진해 기적의 도서관 설립에는 진해 여성의 전화, YWCA 등 여성 단체와 시민들의 힘이 컸다. 한국 여성운동의 대모로 존경받는 이효재 선생님이 11년 전 낙향해 머무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효재 선생님을 뵐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격이기도 하지만, 동글동글한 도서관 내부를 구경하는 재미도 톡톡하다. 어린이용으로 낮은 세면대 곁으로 책을 든 꼬마들이 지나다닌다. 동그스름한 소파 구석에서도 아이들이 숨어 책을 보는가 하면, 크기 다른 방들이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온다.  할머니 5분이 우리 민화를 연구해 들려주는 작은 이야기방도 하나 있다. 복주머니에서 세뱃돈을 꺼내주거나, 부럼까기를 하는 등 세시풍속 전해주는 산교육의 현장.

 진해 기적의 도서관을 이끄는 건 8할이 어머니들. "내 아이를 위해 왔다가 '우리' 아이를 고민하게 된다"는 어머니들은, 진해 지역의 새터민, 이주노동자 가족 등 다문화가정을 방문해 책을 읽어주는 활동도 하고 있다.  "현대의 여성들에게는, 지역사회의 주인의식이 있어야한다"는 이효재 선생님의 가르침은, 올해로 5년째 꿋꿋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시민을 위해 개방된 소공연장에서, 도서관 관장이 문득 무대 뒤 커튼을 제쳐 보여준다. 작은 창을 열자 웅산의 천자봉이 보인다. ‘어디로든 열린 공간’이 도서관의 이념이다. '기적'은 '기적'인가보다. 도서관 창문 밖 소소한 바람소리가, 서울로 돌아오는 기찻길 내내 머무는 걸 보면. 석동 위치. 시내버스 107, 115, 117, 155, 164. 견학신청 및 전화 문의 055)547-0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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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진해 105번 시내버스는 1,000원짜리 관광버스

진해역 인근 우체국 앞에서 105번 버스를 타고 한 시간여 진해의 동서 끝을 달리는 길. 망산도 유주암이 105번 버스의 종착지다. 차비 1,000원에 3.1운동 기념탑부터 이순신 동상, 바다를 마주한 진해시청, STX조선소를 돈다. 

문화재 : 진해우체국 >>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진해역을 나와 정방향으로 300미터 가량 걸으면 진해 우체국이 나타난다. 관습 밖 이국의 문물을 동경했을 단발머리 신여성들이, 엽서를 띄웠을만한 근대 우체국. 사적 제291호 문화재로 보존되어 있다. 1912년 준공 건물로 러시아식 노란 창틀이 남아있다. 구 우체국 뒤편으로 돌아가면 신 우체국이 바삐 운영 중이다.

맛집 : 진상의 생대구탕 >> 105번 버스를 타고 가다 필히 내려야할 정류장이 있다. 바로 ‘이동골프장 앞’. 진해의 소문난 맛집 <진상>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진상의 점심식사는 예약하지 않으면 1시간을 기다릴 만큼 객이 많다. 깽이바다라고 불리었다는 진해만, 대구를 전문으로 요리하는 전통 음식점이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생대구탕, 해초비빔밥 등 특유의 식단을 정갈히 차려낸다. 어느 쪽이든 바삭한 진해콩 과자를 넣은 새큼한 샐러드가 커다란 접시에 미리 나온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흰 살점이 통째로 부서지는 생태탕. 뚝배기에 담긴 뜨거운 국물은 간을 거의 하지 않아 맑고 시원하다. 2인 이상이면 대구 뽈찜을 시켜 먹을 수 있다. 생대구탕 15,000원. 생태탕 10,000원. 해초비빔밥 8,000원. 전화 055)547-1678 

풍경 : 진해루 앞 해안 >> 진상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와 속천항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간다. 수치해안 쪽으로도 드라이브 코스가 있지만 진해루와 카페리부두를 거쳐 짧은 해안 산책을 해도 좋다. 겨울해가 금빛으로 지는 따뜻한 바닷가에 거제항 배들이 정박해 있다. 또다시,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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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7 16:40 2008/12/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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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서관 운동에 뛰어든 한국 여성운동의 어머니, 이효재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블로그 2008/12/18 11:04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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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월호 발행 7월부터 가든파이브로 자리를 옮겨 여름 개편에 들어갑니다.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질기고 너른 판을 짜서, 선선한 9월 SNS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