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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기차로 제주도에 갈 수 있다. OX?  정답은 O다. 지난 2월부터 코레일에서는 기차-선박 연계 제주도 등산 관광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빠르고 편한 비행기 편에 비해 기차-선박 코스는 썩 매끄럽고 편한 여정은 아니다. 그러나 바다 저 편의 일몰과 사람을 종잇장처럼 펄럭이는 거센 바닷바람은 선상에서만 접할 수 있는 귀한 체험이다. 머리가 얼얼할 정도의 바닷바람에 해묵은 겨울을 못내 털어낸다. 남국의 바다 위로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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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메리 호를 내리니 겨울 유채가...

청량리 역에서 자정을 넘겨 열차에 탄다. 신탄리, 의정부를 거쳐 온 전세열차다. 밤길을 달려 새벽 다섯 시 목포 역에 도착한다. 배에서 쏟아져 나온 승객들을 목포 거리의 루미나리에가 조용히 반긴다. 불 밝힌 간판은 노래방 뿐. 인근의 유달산까지 10여분 걷고 난 뒤 짭쪼롬한 게 찌개를 마주한다. 카메라 렌즈에 김이 서린다.

9시에 날이 완전히 밝으면 돌고래 그려진 퀸메리 호에 줄을 서 승선한다. 갑판까지 하얀 배가 1,000여 명의 승객을 싣고 다섯 시간 바다를 건넌다. 캔맥주가 차게 식는 강풍이건만 갑판 위 탁자마다 사람이 찼다. 다도해국립공원의 다망한 섬들을 지나 망망한 물결만 이어진다. '판'을 벌인 승객들은 노래방이며 해수사우나며 선실의 구석구석을 점한다.

서울의 3.3배라는 제주도에 드디어 도착. 땅을 밟고 버스에 올라탄다. 차창 밖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남국에서만 볼 수 있는 열대나무다. 길가에는 가로수를 대신해 귤나무가 섰다. 발에 채는 게 귤이라 제주 사람들은 정작 따지 않는다는, 종류도 다양한 제주귤이다. 가로수 사이 집집마다는 구멍이 숭숭 뚫린 화산석이 엉성하게 쌓여 튼튼한 돌담을 이룬다.

2월의 노란 겨울 유채에 계절을 잊는 사이, 버스는 마라도 정기여객선이 다니는 선착장에 멎었다. 남쪽의 바닷가에는 유난히 일제의 흔적이 잦다. 섬의 돌출부에는 가미가제가 뚫어놓은 동굴이 이빨자국처럼 깊숙이 남아있다. 배를 타고 가파도를 지나자 희뿌옇게 휘몰아치는 조수에 배가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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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광풍으로 빚은 신(神)의 그림

정기여객선은 큰 파도와 한참을 씨름하다 겨우 마라도에 배를 댔다. 회색이 섞여들어 희미하게 가라앉은 하늘은 연파랑 바다와 한 빛으로 섞인다. 마라도의 검은 땅덩이는 누릇한 풀을 가발처럼 덮어썼다. 낮게 신음하듯 가라앉은 빛깔이건만, 단출한 색 구성만으로도 마라도는 신(神)의 그림이다.

섬 이 쪽에 서면 저 쪽의 해안이 내다보이는 작은 섬이다. 높은 건물도 없이 십자가 솟은 교회 하나가 도드라진다. 노란 차양을 댄 이동차를 빌려 미친 듯 불어오는 바람을 헤친다. 해일 속에 시간이 거꾸로 가고, 무덤 속의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광풍의 시간. 
 
"자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선전으로 한때 유명했던 대한민국 최남단의 섬. 여기엔 실제 자장면 집이 4곳 있다. 톳 자장면 파는 자장면 집 옆 '철가방 든 해녀' 자장면 집에 들어선다. 바닷바람에 곱았던 손으로 한라산물 소주 두어 병을 따고, 오징어, 조갯살 든 자장면을 비벼 먹는다. 입안에 잘도 감겨든다.

하룻밤 묵어가고 싶다는 객들의 투정을 들었을까. 마라도를 휘감는 바닷바람과 희뿌연 파도는 여객선을 우우웅- 힘겹게 놓아준다. 일정이 늦어져 예정했던 용두암에는 가지 못하였으나, 마라도에 들어설 수 있는 여행은 그 자체로 행운이다. '갈까 말까 말아라 해서 마라도'라는 속설도 있지만, 밟지 않으면 영영 모를 '외래의 시간'이 마라도에 휘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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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애리, 한라산 능선 아래 새빨간 동백 맺다

바닷바람에 이리저리 메쳐진 하루. 제주에서의 1박은 설렐 법도 하건만, 머리를 대자마자 어떻게 자는지 모르게 꿈속으로 빨려들었다. 등산조가 새벽같이 한라산으로 떠난 아침, 관광조 일행들은 부스스 머리를 털고 숙소 식당으로 내려온다.

사시사철 배추가 나서 김장도 김치냉장고도 없다는 제주도. 한라산 자락에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모아놓은 자연생활공원 휴애리가 이틀째의 첫 방문지다. 장독대 모아놓은 언덕 위 평지, 날이 완전히 밝자 다사로운 볕에 한라산 능선이 드러난다.

흑토끼 두 마리가 길쭉한 당근을 받아 서둘러 갉아먹는다. 몸집이 다른 흑돼지들이 일렬로 미끄럼틀을 탄다. 말뚝에 매인 말이 눈을 껌벅인다. 반들한 잎사귀 사이 새빨간 동백이 몸을 열었다. 파란 하늘 아래, 흰 꽃을 매단 벚나무 가지. 카메라 초점을 맞추다 문득 눈이 시리다.

제주 곳곳에는 승마장이 있다. 고삐도 없는 말들이 한가롭게 서성이는 목장을 여럿 지나, 인근의 승마장에 들린다. 입을 싸맨 순한 말들이 카우보이 모자 쓴 관광객을 태우고 한 바퀴를 돌아온다. 번잡한 입구를 벗어나면, 탁 트인 능선에 마음을 빼앗긴다. 다소 눈에 보이는 상업성, 교감 못한 말에 대한 미안함도 순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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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천굴, 야자수 쓴 돌하르방 아래 시원의 동굴

잊지 못할 제주의 상징, 돌하르방. 미천굴관광지구 일출랜드는 맑다 못해 진한 하늘을 이고 있다. 아열대 식물로 조성된 공원에 야자수가 기세 좋게 늘어서 있다. 파인애플마냥 껍질이 거친 야자수를 양쪽에 두고 정주목을 세워 놓았다. 기다란 막대기가 세 개 걸쳐져 있어 집주인이 멀리 갔다는 표시를 하고 있다.

공원의 중간에 이르면 거대한 돌하르방이 우뚝 서 있다. 큼직큼직 툭 튀어나온 둥근 눈에 짓다 만 표정이다. 구멍이 숭숭한 돌덩이를 투박한 사람으로 다듬으며 삶을 이었을 제주민들. 배 위에 손을 얹고 미소를 지을락 말락 돌 할아버지, '폭삭 삭았수다'('고생 많이 하셨습니다'의 제주말)라고 말할 듯도 하다.

일출랜드에서 꼭 들러야할 곳은 길이 1,695m의 용암굴인 미천굴이다. 중간 지점부터 출입하여 현재 365m까지 개방해놓았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허리를 숙여야 하는 낮은 천장도 통과한다. 막아놓은 동굴 끝에는 이끼가 서식하고 있다. 어두운 동굴을 나와 따뜻한 정원에는 선인장과 바나나 등 열대 식물이 전시된 선인장하우스도 있다. 다도해, 계영지, 첨성대, 석심수 등 볼거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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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딱 한 끼? 제주해촌 회정식


깜깜한 제주도의 해안도로,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린다. 숙소로 가기 전 회식이 아쉬워, 제주공항 인근 도두 2동 '제주해촌'에 내린다. 문어, 갈치, 자리돔, 굴, 소라, 멍게에 돔껍질 무침까지 재료는 날 것 그대로 살아있다. 참기름, 소금에 찍어먹는 생전복의 고소한 향과 우둘투둘한 질감이, 방금 터져나온 생명처럼 선뜻하다.백김치에 돔을 싸먹고 나면 전복내장볶음밥에 지리, 매운탕을 먹을 수 있다. 단 맛이 도는 고등어조림과 고구마튀김 등 밑반찬도 별미다.

마지막 행선지로 "저 지금 근무지 이탈입니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일행들의 요청에 의해 자연사박물관 대신 향한 러브랜드. 엉겁결에 끌려간 몇 안 되는 미혼자 중 한 명으로서, "이 분은 진짜 미성년자 같은데" 의심 속에 당당히 입장. 나라별 사랑의 장면부터 성기구 기념판매까지. 성기결합적 오만 상상이 모두 모여 있는 성인박물관이다.
 
여행을 마치고 목포로 돌아오는 퀸메리 호. 다섯 시 가량 해가 지기 시작한다. 구름이 없으면 바다로 잠기며 붉은 기운을 흩뿌리는 일몰을 마주한다. 구름이 많아 일몰을 끝까지 보지는 못해도, 섬 사이 동그랗게 걸리는 붉은 해는 바닷바람을 견디고 지켜볼 만하다. 진하디 진한 남국 여행, 서울로 돌아와 여독이 풀릴 때쯤 깨닫는다. 해묵은 겨울의 껍질, 완전히 벗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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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6 08:53 2009/03/0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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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나라 국토의 시작 최남단 마라도 랄랄라 라오니스 2009/03/06 14:21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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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와 시사인 사이 어딘가의 독서
알립니다
* 6.5월호 발행 7월부터 가든파이브로 자리를 옮겨 여름 개편에 들어갑니다.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질기고 너른 판을 짜서, 선선한 9월 SNS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