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

레인 - 8점
아녜스 자우이

 

-정계에 진출한 게 여성할당제 덕택이라고 생각하나요?
-여성할당제가 필요 없었다면 더 좋았겠죠.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할 필요가 없었다면.
-당신 때문에 재능 있는 누군가가 탈락한다는 걸 생각해보았나요?
-필요하다면 강제를 동원해야죠. (대사 중)

물어뜯기면 상처가 남는다. 알면서 왜 걷느냐고 누군가는 묻지만, 걷지 않으면 물이 있는 곳에 닿지 못하는데. 여름날, 그처럼 날이 덥고 비가 고팠다. <타인의 취향>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룩앳미>에 이은 세 번째 장편 <레인> 개봉관으로 달려갔다.

성공한 여성 다큐멘터리 제작에 출연하게 된 아가테 빌라노바. 아네스 자우이 감독이 분한 주인공은 이름난 페미니스트 작가이자 정치인이다. 동생을 방문하여 고향에 머무르는데 유모의 아들 카림이 인터뷰를 청하며 찾아온다. '정치의 장점이 권력 외에 뭐냐'는 적대적인 질문으로 시작한 촬영은 좌충우돌로 이어진다.

똑 부러진 대답으로 상대하는 아가테는 여유 있는 엘리트. 그러나 여성의 사회 행보는 여전히 여의치 않다. 정치와 대표자라는 지위는 더 완벽한 책임을 아가테에게 요구한다. 계급, 인종 문제가 컴플렉스로 남아있는 감독 카림은 아가테를 채찍 휘두르는 폭군으로 여기고, 영상 편집 중 속마음을 들키고 만다.

엄마의 사랑을 언니에게 모두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동생은 아직도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린 인물로 "사랑 받았다고 느끼지 못하면 성장도 책임도 힘들죠"라는 동정을 받는다. 어린 시절의 사진 속 확연히 드러난 동생의 소외는 주인공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결핍한 누군가 대신 언니는 무언가를 잡아먹고 건강히 커왔다.

매끄러운 긴장과 이완으로 물샐 틈 없는 성공담 대신, <레인>은 모두의 약점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월급도 못 받지만 꼬마들 쿠키까지 끊임없이 챙기는 넉넉한 유모처럼 <레인>은 신랄하기보다는 포용하는 유머로 날 선 모서리를 둥글린다. <타인의 취향>을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라는 에디뜨 피아프의 샹송으로 마무리했듯.

인물들은 어설프고 때때로 '덜 떨어졌다.' 쩔쩔매고 폭발하기는 아가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결혼도 아이도 보류한 아가테는 자신이 모든 걸 끌어안고 해결할 수 없다는 것, 버려야 하는 지점이 있다는 걸 이해한다. 어쩌면 성과는 자신의 세대에 없을지도 모른다. "저는 정치를 계속할 겁니다" 알면서도 간다, 계절처럼. 그를 위한 쉼표 같은 영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buoy media
2009/07/14 14:37 2009/07/14 14:37

http://buoy.kr/tc/buoy/trackback/236

1 ... 65 66 67 68 69 70 71 72 73 ... 207

아현동 리폼 빈티지 현경
여성연예인 법률상담지원센터 개소
1만원 모듬회, 광장시장 모녀횟집
보그와 시사인 사이 어딘가의 독서
알립니다
* 6.5월호 발행 7월부터 가든파이브로 자리를 옮겨 여름 개편에 들어갑니다.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질기고 너른 판을 짜서, 선선한 9월 SNS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