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전, 설립 3년차 올해 2월 25일부터 덕원갤러리 2층에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에코파티메아리를 찾았다. 고철, 헌 문짝을 떼어오고 이제는 쓰지 않는 오래된 유리로 진열장을 꾸몄다. 의자와 탁자, 매대까지 공간부터 '재활용'이다. 두 번째 삶을 사는 재활용 디자인 제품이 재활용 가구 위에 즐비하다.
단추 반지, 자투리 실 양말.. 재활용 사연도 제각각
제품의 사연은 제각각. 헌 단추는 반지, 목걸이로 태어났다. 실을 잇는데 인건비가 많이 들어 버려지는 자투리 실은 짝짝이 양말로 변신, 꼬깔 모양 실패에 담겼다. 헌 잡지는 둘둘 말아 버려진 나무 껍질을 붙여 컵 받침을 만들었다. 자투리 가죽과 가죽 소파는 카드 케이스와 지갑, 여권 케이스로 변했다. 태그에는 원재료를 명시해 환경의 의미를 한번 더 되살린다.
8만 원대에서 16만원 상당의 다양한 가방도 있다. 재활용 가방은 양복 주머니를 가방 주머니로 그대로 살리는 등 공정 과정에서 에너지를 아꼈다. 이후의 폐기를 염두에 두어 포장을 최소화했다. 한 달 단위로 버려지는 현수막은 한국에 지천인 특유한 소재. 개중 월드컵 현수막을 수거해 만든 가방만도 상당수로 이제야 단종을 앞두고 있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나 해외 바이어들은 디자인 자체의 독특함에 홀린 경우가 많다. "'촌스럽고 질 나쁜 재활용품'이란 편견을 넘어서고 싶었어요. 재미있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미적인 디자인을 더하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잖아요." 자원봉사자인 활동천사들과 함께 매장을 지키는 우리 간사의 설명이다.


일자리 나눔과 좋은 소비 고민하는 복합문화공간
6-70여 종의 제품에는 환경뿐 아니라 사람도 고려하는 씀씀이가 전 과정에 배어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에 맡겨 일괄생산을 하면 단가를 낮출 수는 있다. 그러나 원재료가 모두 달라 불량품 비율 예측이 힘들고 대량생산은 맞지 않았다. 조금의 이윤 대신, 생산과정에서 사회 취약계층과의 일자리 나눔으로 수익 배분을 원했다.
미싱이나 무두질은 소규모 영세 공방, 세탁과 봉제 등의 작업은 종로, 도봉, 구로, 봉천 네 지역의 자활 공방과 함께하고 있다. 원칙을 이해하고 마진을 많이 떼어가지 않는 업체들과 제휴해 제품을 유통한다. 최근에는 호주 친환경 페어에 대규모 수출을 하기도 했으며 미국 MOMA 미술관 전시로 "놀라운 NGO단체"라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고, 점심에는 여가생활로 친환경 디자인 워크샵에 참여하여 자활공방 위캔쿠키를 마시는 삶'을 꿈꾼다는 우리 간사. 에코파티메아리는 재활용 디자인 전시 한뼘 갤러리, 재활용 디자인 워크샵 운영 및 환경 디자이너들과 협동 작업을 진행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금씩 커가고 있다.


내 이름 릴라씨. 아프리카가 고향이야. 우리 고향에는 핸드폰 부속 광물질인 타이탄이 매장되어 있대. 그래서 사람들이 몰려와 전쟁을 벌였어. 우리 가족은 서식지를 떠나야 했지. 삼촌은 관광지 개발 업자에게 잡혀 불법으로 동물원에 팔려갔어. UNEP는 멸종위기에 처한 우리 종족을 위해 올해를 세계 고릴라의 해로 정했대. 난 어떻게 한국에 와서 고향 이야길 하게 됐는지, 들어볼래?
난 누가 입던 헌 옷이었어. 용답동의 큰 물류센터에는 사람들이 기증한 헌 옷이 있어. 하지만 모두 매장에서 되팔 수는 없지. 얼룩 진 옷, 노랗게 변색된 깃이 달린 셔츠는 시민들이 다시 사가지 않아서 폐기할 수밖에 없어. 잘게 썰어서 비닐하우스 덮개로 쓰기도 하지. 아동 의류는 좋은 원단으로 제작하지만 아이들이 놀다가 토하고 얼룩도 묻혀서 재사용이 어려워.
또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위해서는 새 옷만 찾거든. 그래서 나는 다른 아동복 조각과 함께 종로 자활사업단의 세탁을 거쳐 구로의 여성자활공동체 여우솜씨로 보내졌어. 사회근로 취약계층에는 모자가정이 참 많아. 당장 돈을 벌어야 하지만 아이 때문에 근로를 못하기도 하지. 어려운 분들의 봉제 공동체에서 나는 옛 멋진 모습대로 다시 태어났어.
나를 만날 수 있는 이 곳은 아름다운 가게의 재활용 브랜드, 안국동의 에코파티 메아리 매장이야. 사람들에게 우리가 위기에 처해있음을 알리기 위해 우리 모양 상자에 담겨져 나왔지. 우리를 만든 재료들이 달라서 크기도 표정도 다 달라. 고향에 두고 온 수염 난 릴라씨, 주근깨 릴라씨도 함께야. 딱 하나뿐인 릴라씨니까 고유번호도 있어. 에헴, 무려 4000번째 릴라씨라고.

(사진은 특정 번호 릴라씨와 무관합니다)
에코파티메아리
문의 02-743-17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