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샤넬 - 
앤 폰테인
돌아오지 않는 남자를 기다리다 죽어버린 엄마, 집안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한 남작과 동거하다 사별한 언니, 고아원을 나와 "누가 코코를 보았니" 노래를 부르며 술집 밤무대 가수로 일하던 사생아. 가브리엘 본느와 샤넬(1883-1971)의 가정사다.
훗날 샤넬 백에 머릿글자로 새겨진 코코라는 애칭은, 노래에서 따온 강아지 이름으로 샤넬이 앞으로 달릴 최소의 힘을 어디쯤에서 얻었는지 화인을 남긴다. 장교인 에튀엔느 발장의 애인으로 파리 근교에 머무르며 코르셋 없는 편안한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했다.
영화에서 귀족 애인은 샤넬의 출신이 부끄러워 시장바닥에 지폐 한 장 쥐어주고 떼어놓고, 침실에서는 소매 단추를 푸를 것을 명령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싫으면 나가"가 그의 대사다. 모욕감 속 말을 타고 돌진하는 샤넬은 "나도 꼭 성공할 거야"고 꿈꾼다.
몸을 팔아도 꿈은 팔지 않아
러시아 왕조 후손을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 장 콕토, 스트라빈스키 등 당대의 명사들과 염문을 뿌린 샤넬이다. 영화에는 단 두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장교의 뒤, 샤넬이 진정 사랑에 빠졌던 자수성가 사업자 보이 아서 카펠이 두번째 남자다.
함께 프루동을 읽고 궁전 대신 어부들 낚시하는 바닷가를 찾아갔던 연인, 노동의 가치와 사생아라는 공통점으로 의기투합했던 한 쌍이지만 그와도 세속적인 해피엔딩은 맞을 수 없었다. 음영도 없이 새까만 눈동자의 오드리 또뚜는, 선택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존심 센 샤넬로 분한다.
치렁치렁한 레이스, 슈크림같은 거추장스러운 장식을 싹둑싹둑 잘라내고 잠옷 위에 남성용 폴로자켓을 겹쳐입던 사업가. 훗날 "간소함은 모든 우아함의 기본이다. 코르셋, 고쟁이, 패드 때문에 땀에 절어있던 여자들의 몸에 자유를 준다"고 말할 스타일의 정수만은 오만히 지켜냈다.
일요일이 괴로웠던 곤두선 탈주
수수한 천에 몸을 감싸며 좇았을 이상은 앞선 현대적 감각으로 시대의 제도 아닌 취향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수천 벌을 잘라내고 우아하게 틀어막아도 새어들어올까 겁이 났던 거품,속세의 휴일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여, 일을 할 수 없는 일요일은 샤넬이 증오한 날이었다.
영화 외 실제의 샤넬은 2차대전 당시 비시 정부 하에서 독일 장교와 동거하며 나치 스파이 혐의를 받았다. 전후 프랑스 패션계로 컴백할 수 없었고 영국과 미국에서 활동했다.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까지 권력에 팔아넘겼기에 다루기 사뭇 어려운 생존방식이자 성공방식인 셈이다.
이처럼 87세까지 살았으며 전기만도 여러 권 나와있는 복잡한 인물이지만 정작 안느 퐁텐 감독은 젊은 사랑에서 핵을 찾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헐값에 사랑을 구걸하고 다행히 좋은 매수인을 만났던 파산 직전의 삶. 베낄 만큼 살아남은 여성조차 찾기 힘든 남성사 속, 그가 틀렸냐고 에둘러 묻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