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가짜 궁전 같은 유치한 예식장에서 결혼하는 걸까?" "진짜 공주 왕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1%도 없어. 결혼하는 날 만에는 왕자 공주하고 싶지 않겠니" 답변이 이해가지 않았던 언젠가의 대화. 나초 G 베일라의 <산타렐라 패밀리>를 보러 가던 날 오랜만에 그 대화를 떠올렸다.
산타렐라 패밀리 - 
나초 G. 베일라
게이 아빠와 낯뜨거운 이성애자
스페인 영화 <산타렐라 패밀리>, 동성애자인 레스토랑 운영자 막시는 <그녀에게>의 베니그노를 연기한 하비에르 카마라가 연기했다. 이전 아내의 죽음으로 원하지 않는 이성 결혼에서 두었던 아이 둘을 맡게 되며 좌충우돌이 이어진다. 로맨틱 코미디와 결합한 가족 드라마로 중반을 넘어서면 심각한 호모포비아까지 웃음의 소재가 된다.
이웃으로 이사온 축구선수 호라시오(벤자민 비쿠나 분)를 차지하기 위한 레스토랑 지배인 알렉스(롤라 두에나스 분)와 막시의 경쟁이 시작되고 놀랍게도 이 인기인 미청년은 커밍아웃 안 한 게이였음이 밝혀진다. 미쉘린 별점을 받기 위한 고군분투에 연애사와 가족사가 엮이며 상황은 엉망진창으로 꼬여간다.
아이들을 버렸던 게이 아빠만 불완전한 존재는 아니다. 남자 손님에게 교태를 흘리는 알렉스의 오버액션이나, 나사풀린 직원 라미로나,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심술궂은 막시의 아버지나 한 술 더 뜨기는 마찬가지다. 영화 속의 이성애자들도 책임을 회피하고 때로 이기적이며 낯뜨겁다.
환상은 눈으로 빚은 조각과 같아
한편 어린 여동생을 지키는 에두(후니오 발베르데 분)는 환상을 가져본 적 없는 사람도 다시 꿈꾸게 할 만큼 아름답다. 이성애적 질서를 뒷받침할 그의 분노는 일견 순수해 보인다. 빨간 티셔츠에 축구화가 늘씬한 몸에 어울리는 소년은, '남자답지 못한' 동급생에게 린치를 가하며 짓궂게 분을 푼다.
그러나 왕자와 공주가 만드는 환상은 아름답지만 눈으로 빚은 조각과 같다. 안경 쓰고 동화책 읽는 어린 여동생은 언젠가 환상이 세계와 어긋나는 모습을 봐야 한다. 매몰차게 가족을 떠나 남자를 사귄 아빠의 현실론이 필요할 때가 온다. 혹은 스트레잇과 게이를 떠나 딸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하는 부자의 계약 밖에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왜 동성애자가 됐는가'는 우문이다. 왜 당신은 가난한가, 왜 당신은 나이들었는가, 왜 당신은 뉴욕에 태어나는 대신 사하라 사막에 태어나 별이나 보고 양이나 치는가.. 끝이 없다. 뭉툭한 장승들을 깎아놓은듯 건강한 희극은, 쓸데없는 좌절 대신 관대히 현실에 묻는다. 어쩌란 말인가, 사랑한다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