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대나무 사업을 했어. 전국 대나무 숲을 다니며 대나무를 쪼갰는데.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 알지? 아빠가 살아있었다면 아마 거기에 출연했을 거야. 대나무를 누구보다 빨리 베었거든. 어렸을 땐 그게 부끄러웠는데.."

어느 날 지인이 털어놓은 가족사 한 토막, 재벌 이야기도 고급 가구 무대도 없지만 댓잎같은 애정이 서걱였다. 지난 18일 찾은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의 흥행 비결도 소시민의 생활밀착형 따스함에 있었다. 2003년도 예술의 전당 첫 공연을 시작, 4년 전에는 마로니에 공원 뒷편에 전용 극장까지 마련한 성공작이다.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이종현 기획팀장은 "뻔한 이야기지만 언제나 수요가 있는 가족 드라마"라며 연극을 소개한다. 2010년 국어교과서에 34쪽 분량으로 실리게 되었다는 연극에는 19년부터 호흡을 맞춰왔다는 열 명의 배우가 출연해 16개의 인물을 보여준다. 주변에서 봤음직한 살아있는 인물들이다.

회원님이 촬영한 PP0802_0036.

바닥부터 딛는 대물림 세탁 비법

어느 집 아이가 새로 이사왔는지 꿰뚫는 '오아시스 세탁소'가 극의 주요 무대.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세탁소는 많은 비밀을 알고 있다. 대책없는 술집 아가씨의 누드쇼부터, 오디션 보러 다니는 철가방 배달부의 사연, 풍에 걸린 할머니의 속옷을 빠는 간병인의 주접까지. 내치지 않고 받아들여 세탁한다.

주인공으로는 교장 선생님처럼 점잖은 아저씨가 대를 이어 세탁소를 경영 중이다. 40년 전 맡긴 옷과 진한 추억도 함께 찾아주는 고향의 말뚝이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세탁소를 하느냐'고 자조도 하지만, 아버지가 물려준 세탁비법 책을 무술 비공 전하는 전문서적처럼 귀히 읽으며 나름의 기준을 지킨다.

공동체의 와해 속,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잃어버린 사람들은 세속적 기준에 매달린다. 돈, 직업, 사는 동네가 가치를 결정한다. 한정된 자원 경쟁에서 악에 받친 모양새로 남의 뺨을 치기도 한다. 급기야 동물 흉내를 내는 사람들은 마지막 돈을 찾아 세탁소를 습격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세탁소 주인. '돈 세상에 함께 돌지 않으려니 힘들다'는 작은 세탁소는 과연 살아 남을까? 몇 백 벌의 옷을 실제로 걸어놓은 사실주의 연극은 최루성 요소와 유머를 섞어가며, 뜻밖에도 '그렇다'고 말한다. 비누거품처럼 산뜻한 결말, 소극장 내 코 앞의 열연은 새로 빤 기력을 전해준다.

회원님이 촬영한 PP0802_0029.

부모님 모시고 찾는 소극장...신사동 윤당아트홀 9월 개관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은 대학로에서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연극이지만 강남 윤당아트홀 공연은 또다른 의미다. 올해 9월 신사동에 문을 연 윤당아트홀은 260석과 150석 두 개의 소극장과 미술 갤러리를 갖췄다. 주차장 100여석과 내부 까페가 갖춰져 휴식공간으로 찾기에 불편함이 없다.

어린이 뮤지컬 <헬로 모짜르트>와 연인을 대상으로 한 <그 남자, 그 여자>와 함께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을 첫 작품으로 올렸다. 나이대를 고루 고려해 작품들을 선정했다며 윤당아트홀 이동열 기획팀장은 "강남의 문화도 다양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럭셔리한 대형 극장과 젊은 층이 선호하는 소극장 사이, 중형 극장이 부족한 한국에 다양한 관객층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을 열고자 했다. 내년에는 자체 기획으로 소극장 뮤지컬을 올릴 욕심도 있다. 인근에 흩어진 공연장을 연계해 라스베거스처럼 공연 거리를 만들고 싶다는 아트홀의 바람이다. 문의) 02-546-8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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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9 08:52 2009/10/1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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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blog/Draco 2009/11/05 14:26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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