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맙소사, 여기는 모든 게 고추야. 버스정류장부터 가로등까지 고추를 쓰고 있어. 마스코트의 헤어스타일도 고추야. 어제는 천장호의 긴 출렁다리를 건넜거든, 거기에도 대형 고추 조형물이 서있었다니까. 푸른 고추 속에 무를 재워넣은 매운 음식도 먹었어. 마지막 미션은 밭에서 고추 따기?"
1박 2일의 여정으로 청양 칠갑산을 찾은 둘쨋날, 전화로 여행기를 전해들은 친구는 말했다. "마치 이상한 고추 나라의 앨리스 같구나!" 올해 3월 인구 3만 4천명대로 붕괴했다는 충청남도 청양, 칠갑산 농촌은 젊은 객을 반기는 체험여행지로 거듭났다. 청양군 내 60여개 마을과 농가별로 계절별 생태체험을 운영한다.
실 짓는 하늘 벌레, 계봉 누에 농원
목면 본의리에 자리한 계봉농원은 책에서나 보던 누에를 번데기부터 가공제품까지 들여다볼 체험 농장이다. 27년째 누에 농사를 지었다는 농민이 대상뽕, 천일뽕 등 종류별 뽕나무를 기르며 춘잠 추잠 누에농사를 짓고 있다. 누에의 먹이인 뽕잎은 6월에 가장 무성하며 10월에 낙과해 9월까지가 방문 적기다. 5-6월에는 오디를 맛볼 기회가 있다.
인류가 산 속에 살던 야생 누에를 잡아 비단실을 얻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천년 전. 누에 '잠'자에는 하늘의 벌레라는 뜻이 있다. 갓 태어난 개미누에가 잠을 자며 허물을 벗고 나이를 먹는 것은 총 네 번으로 5령에 이르기까지 총 20에서 25일 정도가 걸린다. 5령 누에는 1천5백미터 정도의 실을 토해내 고치를 짓는다.
방문객들은 고치를 끓여 실을 뽑아 물레에 감는다. 고치 30개면 실크 넥타이 한 개, 300개로는 원피스 한 벌을 지을 수 있는 양이다. 누에고치에 색을 들여 고치공예를 하기도 한다. "어서오세유"라는 공예액자가 농가에 걸려있다. 뽕잎칼국수에 동충하초, 손수 만든 도토리묵이 계봉농원의 식단이다. 후식은? 뽕잎차와 실을 품은 번데기 한 접시.



귀농부부의 꿀벌 농장, 칠갑산 무지개
칠갑산을 중앙으로 90%가 산인 청양에는 '콩밭 매는 아낙네"도 많지만 양봉농원도 있다. 정산면 용두리의 칠갑산 무지개는 군에서 지정한 농촌교육농장이다. 농장 뒷길에는 커다란 꿀벌 두 마리가 포즈를 취하고 서 있다. 꿀벌놀이동산처럼 농장 안내 그림지도가 아기자기하다.
서울에서 섬유공장을 운영하다가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부부가 산다. "서울에서 어떻게 살았나 싶어요, 여기 오니까 그렇게 마음이 편해"라는 꿀벌 농장 정귀례 원장의 감회다. "말벌들이 와서 꿀벌을 다 죽여놓았을 때 가슴이 아프다"는 김기수 대표는 일교차가 큰 칠갑산 자락에서 손수 아카시아꿀, 밤꿀, 잡화꿀을 만들고 있다.
체험객들을 위해 쑥 잎을 훈연해 벌들을 마취시키는 일도 그의 몫이다. "요놈이 여왕벌이예요. 몸집이 약간 크죠."라며 털옷을 입은 꿀벌을 보여주고 벌꿀과 로얄제리, 화분의 차이점도 설명해준다. 생산용으로는 기계를 쓰지만 체험용으로 수작업도 한다. 양봉판 두 대를 돌려 꿀 한 병을 얻는다. 벌꿀화분을 넣은 고추장, 된장도 담가 직거래로 판다.


산양유로 맞는 아침, 용 꿈꾸는 마을
한밤의 칠갑산. 도립공원 내에 위치한 천문대 스타파크에 오르면 검은 하늘에 흐르는 은하수를 볼 수 있다. 맨 눈으로도 수없이 작은 반짝임을 보지만, 국내최대규모 굴절망원경으로 들여다보는 목성은 한 손에 잡힐 것 같다. 청양에서 하룻밤을 꼭 묵어가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별 헤는 밤 다음 날 아침 산양유를 직접 짜 마실 기회 때문이다.
남양면 용두리의 용 꿈꾸는 마을에는 눈동자를 반달처럼 누인 산양들이 목장을 지키는 개와 결 고운 비둘기, 닭, 말들과 함께 살고 있다. 종이컵에 따뜻한 산양유를 직접 짜 마실 수 있다. 젖을 나눠준 고마운 산양이 우물우물 윷을 물고 장난을 친다. 약품과 함께 중탕한 산양유로 비누를 만든다.
산양유로는 파프리카를 잘게 썰어넣어 치즈도 만든다. 두부처럼 말랑하고 따끈한 치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길 하나만 뜨는 첩첩산중 칠갑산, "산닭팔어유"라는 현수막이 떠나는 발걸음을 붙잡는다. 가장 가까운 기차역은 홍성역으로 청양까지 들어오는 버스 편이 많아 편리하다. 농촌체험문의) 청양군청 그린투어담당 041-940-22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