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론공동체론 - 6점
박호성 지음/효형출판

현대에 '집단' 운운은 마늘, 쑥 먹는 단군시대 곰처럼 미련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화해와 통합의 사회, 정치적 기초'라는 부제를 단 <공동체론>은 역으로 공동체에 미래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유기농, 홈 메이드, 핸드 메이드, 자연산, 토산품, 슬로푸드, 웰빙 등은 옛 시대의 공동체적 생태와 어우러지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거인 위한 자유주의를 넘어서

최근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가 널리 공감을 샀다. 한국에는 상호 인간적 연대의 공동체 의식과 상호 불평등에 터잡은 위계질서가 공존한다. '이웃사촌'과 '쌍놈'이 더불어 사는 동맥경화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그러나 노동운동을 새로운 공동체의 선례로 파악한 저자는 '진통'하는 전통을 만들어 가자고 제안한다.

대립항에는 '자유주의적 개인주의'를 뒀다. 모든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극소수의 가진 자들만 자유가 보장된다. 개인의 자유가 아닌 거인의 자유만이 있으며 국제적인 차원에서도 호랑이의 자유만이 극대화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경쟁적 민족주의를 야기한다. 국제 관계는 정글, 무정부주의가 규칙을 이룬다. 도덕적 진보와 인간적 자아실현은 무익해진다.

공동체적 삶의 전통이 힘들 때 찾아가 부담없이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언덕이라면, 어떻게 한국의 실정에 맞는 새로운 대안을 짤 것인가. 저자는 이를 위해 공동체 유토피아 이론가들을 거슬러 올라간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소크라테스, 수도원 에서 자신의 공장을 통해 생산협동조합을 실험한 오웬에 이르기까지 과거를 더듬었다.

공동체로 이르는 길은 다양해야

케케묵은 이론을 넘어서면 현대를 위한 큰 틀을 제안한다.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연대에 핵심을 두었다. 노동운동은 이념 투쟁이 아니라 한국적 실정에 부합하는 수준의 임금 인상, 작업 환경 개선 문제 등 인도적이고 평화적인 경제투쟁에 주력하자고 주장한다. 젠더적 관점의 결여는 책의 크나큰 블랙홀이지만, 유일하게 성의있는 해법을 내놓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선택적 지원 연대, 사안별연대식 운동 방안을 추진해보는것도 바람직하리라 여겨진다. 일례로 근로 여성들의 보육 및 출산 문제라는 구체적인 주제 하나를 선별하여, 이 문제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는 시민운동권 내의 여성운동 단체와 노동운동권 내의 여성 노동자 계열이 연대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주거 환경, 교통, 의료 및 교육, 양성 평등, 군 복무 기간 단축, 각종 선거, 미군 관련 문제 등등 구체적인 연대 사안은 그리 적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이를테면 외형적인 구호나 명분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이해관계로 묶이는 사회운동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다." (487쪽)

그러나 '처자의 공유'를 사유재산제의 해법으로 생각한 그리스 학자로 시작과 마무리를 지은 <공동체론>은 저술 방향과는 다르게 풀뿌리에서 멀어져있다. 옥스퍼드 대학까지 가서 영국을 비난하며 무덤 속의 학자들에 전념한 까닭이다. 동성애, 이혼, 인공유산을 '자유지상주의자'로 분류해 비판없이 싣고 있는 설명도 신뢰를 깎는다. 공동체로 통하는 길은 다양해야 한다. 왕따하는 공동체는 권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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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2 12:33 2009/11/0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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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3월호 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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