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 - 8점
김주현 지음/책세상

이번엔 '루저녀'란다. 컴플렉스를 쏟아부을 대상이 된 주인공은 '루저녀'가 되기 전엔 '미녀'였다. '미녀들의 수다'라고 아예 외모 지상주의를 간판에 내건 한 방송 프로그램의 출연자였다. '벗어나면 밟는다'의 금을 누가 긋는가. '미녀'라는 외모로 사람을 앉혀두고, '키 170cm'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말은 금지한 쇼를 보길 원하는 사람들, 위선적 욕망의 도덕적 루저들이다.

미녀와 루저녀가 손바닥 뒤집는 차이였듯이, 여성의 외모는 그것이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만큼 여성의 권한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페미니즘은 미인대회와 성 상품화를 반대하고 때로 미적 금욕주의를 취하며 여기에 저항해왔다. 도덕적 기준과 마찬가지로, 미의 기준을 점하고 줄세우는 자들이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패션잡지가 필요하다

<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은 미학자인 저자가 새롭게 외모 꾸미기를 정의하고자 시도한 책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예쁜 외모는 권력을 나눠가지는 카드가 아니다. 다만 권력자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수프를 떠먹을 수 있을 뿐이며 동성집단에서도 냉대를 받는다. 여성 권력자가 도덕적 우월의 잣대로 이를 이용한 경우도 얼마나 많았던가.

'여성의 미'는 도덕적이지 못하며 따라서 열등하다는 기준은, 플라톤을 비롯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남성미를 완전한 인간미로 논한 것과 정반대에 있다. 미학 담론을 뿌리부터 훑으며 비판하는 저자는 여성의 미학을 적극적으로 정립해 나가자고 거듭 말 건다. 1,2세대 여성운동가들에 의한 열매를 향유하는 포스트 페미니즘 세대의 과제다.

주변적이고 국지적인 권력, '과정'을 논하는 포스트 페미니즘은 다양한 페미니즘의 공존을 허용한다. 젠더가 많은 문제 중 하나라는 유연한 양상도 보인다. 그러나 낸시랭과 애희를 비교하며 언급한 저자는 한국사회에서 단순한 수정주의가 결코 미학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음을 경고한다.

예술사에 여성을 더 많이 끼워넣고 출산, 육아, 가사노동 등의 여성 소재가 등장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주변부에 이류 예술가로 머문다. 만연한 지배 권력과 가부장적 시선 쾌락의 틈새에서 혁신적인 미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부장제 관객들이 여성주의 작가의 누드 퍼포먼스를 완전히 오역하는 사례처럼 왜곡의 여지도 날카롭게 인식해야 한다.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들을 위한 패션 잡지가 필요하다'는 말을 인용한 저자는 공정무역과 레즈비언 모델 등을 대안으로 거론한다. 말하자면,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신체 위에 반가부장제와 포스트가부장제를 체현하는 다양한 미적 전략을 모색하라는 것이다." (335쪽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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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5 11:05 2009/11/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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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3월호 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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