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콘텐츠와 저작권 - 
최영묵 외 엮음/논형
음악 산업은 90년대의 황금기를 넘어 P2P 공유 프로그램 등으로 큰 규모의 저작권 소송을 겪었다. 방송 산업은 지상파 방송국의 횡포 속에 침묵해왔던 독립제작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며 갈등이 표면화했다.블로그는 신문 산업의 권위에 도전했으며 포털의 성장은 뉴스 저작권의 논란을 가져왔다.
<미디어 콘텐츠와 저작권>은 웹 2.0 시대의 저작권이 새로워야한다는 전제로 출발한다. 배경에는 '다채널 시대의 다원적 유통'이라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국내외적 개방의 물결이 있다. 문화연대 미디어센터, 미디어공공성포럼 등에 함께하는 저자들이 인터넷의 양면성을 두루 짚으며 사익과 공익의 조화를 물었다.
한-미FTA의 희생양 지적재산권
저작권의 역사는 5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활판 인쇄술로 인해 대량복제가 가능해지자 최초 출판업자가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출판업자에게 특허를 주기 시작했는데 18세기 이르러 이 권리는 저작자로부터 양도받았다는 '저작권 사상'이 널리 힘을 얻었다. 한국 저작권법은 1908년 일미조약에서 일본 저작권법 의용을 시작으로 수차례 개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2009년 한국에서 발효된 개정 저작권법은 '인터넷 계엄령'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OSP와 이용자를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는 133조 조항이 핵심으로 누리꾼과 인터넷 언론사인 포털이 누려야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음에도, 표현의 자유로 먹고 사는 대부분의 일간지는 이에 대해 침묵했다. 저작권 옹호와 규제만능주의는 문화사업의 대기업이 작품을 위탁, 양도받아저작권과 부를 독점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저자는 상품처럼 취급된다.
서문에서 촛불을 거론한 책은 한국이 한-미FTA협상에서 농업 분야와 함께 지적재산권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비판한다. 저작권 보호 기간 연장, OSP 처벌 강화, 법정 손해배상제도 도입 동의 등 많은 누리꾼을 범죄자로 만들 길을 열어두었다. 저가 수입 콘텐츠 등 미국 자본의 유입으로 국내 방송 제작 영역이 붕괴될 위험도 크다. 미국의 다국적 엔터테인먼트 그룹은 농민들을 땅에서 쫓아내 무산자로 만들었던 엔클로저 운동의 대지주를 닮았다.
한국 토종의 카피레프트를 찾아
웹2.0 시대의 저작권 보호의미를 짜기 위해 카피레프트를 다시 돌아볼 필요도 여기에 있다. 1960-70년대 미국 해커윤리를 거쳐 1980-90년대 카피레프트 진영은 리처드 스톨만이 이끄는 자유소프트웨어 운동과 에릭 레이먼드가 이끄는 오픈소스 운동으로 나뉜다. 현재 한국의 포털을 통해 널리 보급된 CCL은 시장 질서 내에서 작동하는 대안적 라이선스 개념으로 2000년대 등장했다.
창작 공유 라이선스인 CCL은 일부 권리가 인정되는 영역(Some Rights Reserved)을 설정한다. 인터넷상에서 창작물의 유통을 방해받지 않으면서 저자 스스로가 저작물 관련 권리를 선택한다. 레식이 창작공유터(Creative Commons)라는 비영리법인으로 실행한 정보공유영역(public domain)에 대한 고민은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토종의 카피레프트 운동은 정보트러스트와 정보공유라이선스 2.0 등으로 1990년대 말부터 존재해왔다.
이어서 프랑스의 익명 저작물 보호 등 해외 저작권법을 개괄한 책은 마지막 장에 이르러 다시 한국의 현실로 돌아온다. 규제보다는 활용이라는 점에서 '공정이용의 유연한 적용'을 강조한다. 저작물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공동의 자산을 확보하는 현실적인 제도로 이용자를 보호하자는 내용이다. 큰 폭으로 확대된 생산주체의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서는, 저작권 등록을 활성화하고, 저작권 대리중개로 콘텐츠 집중관리제도를 개선하자고 제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