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 도서관은 도서관인데 특별한 도서관. 흰 종이에 검은 글씨가 하나도 안 써있는 책들이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 오지 않고도 책을 읽을 수 있다. 전국에 40여 곳이 있으며 서울에도 한 곳이 있다. 이곳은 어디일까?
정답 : '점자도서관'

강동구 암사동에 위치한 '한국점자도서관'을 찾아서
8월 1일 '한국점자도서관'을 찾았다. 책 상자들이 가득 쌓인 계단을 내려가 지하 사무실을 두드렸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올해 3월 자원해 들어왔다는, 자원봉사팀 김혜주 사서가 참관 신청자를 맞았다.
"많이 덥죠? 저희가 시설이 열악해서, 냉방이나 이런 것도 시원하게 못해드리고. 죄송합니다."

서울 한국점자도서관에서는 묵점자혼용도서, 점자도서, 녹음도서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을 제작하고 보관하고 대여한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69년 전 고 육병일 씨가 사비를 털어 종로에 건립한 것이 첫 걸음. 이후 천호동을 거쳐 10년 전 강동구 암사동에 위치하고 있다.
건물은 강동구청에서 임대해주었으며 예산의 10%를 정부 지원으로 충당하지만, 국가나 시,구 등에서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을 운영하는 선진국에 비하면, 한참 열악한 상황이다. 김혜주 사서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에는 현재 전국에 40여개 점자도서관이 있지만 모두 민간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출판사 뺨치는 도서관, 1년에 점자도서 2,000권을 찍는다
홈페이지에서 참관을 신청하면, 점자인쇄 과정과 점자프린트 과정, 녹음도서 제작 과정까지 견학이 가능하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도서관 건물 구석구석은 인쇄기 돌아가는 소리와 탁탁 타자치는 소리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창립 초기, 종이 위에 한 점 한 점 찍어가며 점자인쇄물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점자제조판, 점자그림제판기, 점자인쇄기, 점자프린터기 등 점자출판소의 역할을 해낼 기기와 역량을 갖추고 있다.
지난 해에 점자도서 635종 2,098권, 녹음도서 569종 1,138권을 제작했으며, 전화번호부, 우편번호부, 투표보조용구 등 생활안내책자, 점자 간행물과 박물관 브로슈어, 전국 지자체 점자 업무안내서까지 맡아 제작해왔다.


점자 인쇄가 원판을 제작해 성경 등 수요 많은 책을 대량인쇄하는 방식이라면, 점자프린트는 일반 프린트를 생각하면 된다. 소량을 빠른 시간내에 점자로 찍어낸다. 투명 라벨에 인쇄해 일반 책 위에 붙이는 '라벨 도서'를 만들기도 한다. 동화책, 논문, 선거홍보물 등 용도는 다양하다.
작은 건물, 50여 명의 직원 뿐인데 해내는 일은 대단하다. 한 달에 제작 권수는 평균 200여 권.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 김혜주 사서는 대답한다.
"도서를 입력하고 교정하는 데에만 무려 두 달이 걸려요. 출판사에서 문서 파일을 넘겨주면 쉽게 해결되겠지만, 점자도서관은 아직 국립이나 시립 도서관이 아니거든요. 민간이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가 걸리는 거죠.
책은 사서 봐야 한다며 넘겨주시지를 않습니다. 자신이 시각장애인이었던 한 시인 분도 문서 파일을 주시지 않더라고요. 점자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없어 작업이 고됩니다."

녹음도서과 촉각도서까지 갖춘 한국 최대 규모 점자도서관
전국 시각장애인 수는 20만 명 가량으로 추정한다. 이 중에 점자를 읽을 수 있는 인구가 8만여 명이다. 점자에 익숙하지 않은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나, 난독증 환자, 독서장애인 등은 어떻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까?
해답이 있다. 한국점자도서관에는 디지털 스튜디오 8개를 마련해 '녹음도서'도 제작하고 있다. 테스트를 거친 자원봉사자에 현직 성우도 두 명이 참가해 '읽어주는 책'을 만든다. 녹음하는 품새와 교정 과정이 라디오 방송국을 방불케 한다.

점자도서관의 자랑은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전면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촉각도서다. 과학 점자도서에도 부엉이 윤곽선을 일일이 손으로 뚫어 제작한 그림이 삽입되어 있다. 촉각도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다양한 질감으로 그림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_1C_##]
그 중에 교보문고에서도 판매하고 있다는 <깜장이와 땅속 나라 친구들>을 들여다봤다. 물은 반드르한 비닐로, 땅은 껄끄러운 사포 재질로 제작했다. '두더지 친구'는 털을 뒤집어 쓰고 있다. 인기대여도서라는 이 책은 한 쪽 한 쪽이 정성으로 가득차 있다.

이곳에 시각장애인이 전화로 도서대여를 신청하면, 무료 택배로 집까지 배달한다. 같은 방법으로 책을 반납한다. 한 달에 100여 명의 시각장애인들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점자도서의 입력과 교정, 편집은 많은 부분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더해 녹음도서의 '낭독 봉사'는 한달 인원 총 110여 명에 달하는 피땀으로 채워진다. 김혜주 사서가 힘주어 말한다.
하지만 도서관을 돕는 일은 높으신 분이 아니더라도 가능할 것 같다. 후원과 자원봉사 참여는 늘 열려 있으며, 5000원을 내면 명함 100장을 예쁜 점자명함으로 변신시켜 준다.
문의전화 02)3426-7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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